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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그림책 작가 '경계의 3부작'으로 나의 경계를 허물다.

by naeuning 2024. 7. 4.

1. 경계의  3부작

 책은 종이의 묶음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커다란 종이를 재단해서 가운데를 접어서 바느을 해서 묶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수지 작가의 경우 회화를 전공하여 어떤 이미지 가운데 선이 들어가서 접혀버린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거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이란 것은 원래 재본선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이 선을 이용기 위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경계의 3부작을 소개합니다.

2. 현실과 상상의 경계 

- '거울 속으로'같은 경우, 책의 가운데 재본선을 기준으로 한쪽은 현실, 다른 한쪽은 환상이라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책이 시작되면 아이가 한쪽에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장을 펼치면 아이가 깜짝 놀랍니다. 옆에 자기와 똑같은 아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은 서로 친구가 됩니다. 이때  독자들은 '이곳은 혹시 거울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아이들이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거울의 법칙에 위배가 되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책의 가운데 부분을 거울이라는 소품의 특징과 연결하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로 표현하고 독자에게 자아와 또 다른 자아와의 갈등 또는 외로움이라는 심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습니다. 연령과 관점, 정서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상상이 가능한 그림책입니다.

 

- '파도야 놀자'는 두 이질적인 공간으로 들어갈 때 뭔가 중간계 같은 곳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한쪽은 아이의 현실적인 공간, 다른 쪽은 파도의 세계, 즉 상상의 세계인데 아이가 파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파도의 세계로 들어가 시원한 파도 속에서 신나게 물놀이하는 모습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전했던 모습, 두려움 없었던 모습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릴 적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상상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 또는 누군가를 추억하게 합니다. 지금과는 너무나도 다른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 봅니다. 

그리고 책 가운데 부분을 사이에 두고 파도와 아이가 서로 견제하는 듯한 심리적인 대립구도가 점점 커졌다가 작아지면서 점점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기대와 두려움, 즐거움, 교감 등의 심리 변화를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 아래에서 위로 열리는 공간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된 '그림자 놀이'는 위 세계는 아이의 세계, 아래 세계는 그림자의 세계가 됩니다. 아이가 그림자 새를 만들어서 가지고 놀다가 휙~ 날려버리는 순간, 그림자의 공간 즉 환상적인 공간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이 책을 본 한 아이가 자기가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을 꼽기를 검은색 장면을 펼치며 "그림자 안에 그림자가 있었어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빛 앞에서 책장이 넘어가는 순간 아이는 그 그림자 안의 그림자를 본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림자 안의 그림자를 찾아보셨나요?

3. 아이와 어른의 경계 

 그림책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매체입니다. 공존할 수 없는 현실과 환상이 함께 있을 때, 보이지 않지만 거기에 있는 그 경계에 집중합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상상하며 즐기는 배움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생각이 멈출 때까지 그림책을 보고 또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꼭 맥락적으로 개연성있게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냥 거기에서 느끼는 즐거움 자체를 알고 그림책을 온전히 즐깁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기에 그 독자는 아이들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편견입니다. 큰 생각을 위해서는 큰 풍경이 필요합니다. 큰 풍경을 상상으로 펼치고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그림책은 어른들에게도 필요합니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로 볼 수 있는 책, 볼 수 없는 책을 나누지 않습니다. 아이였던 '나'와 어른인 '나'를 돌아보는 매체로 그림책은 너무나 적합합니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림책처럼 가운데 부분 재본선일까요?

우리의 인생에는 경계선이 없습니다. 다만 아이와 어른으로 나누는 것은 사회의 잣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의 잣대에 나를 맞추며 무리하게 나를 깎아내고  인내해야 했던 시간 속 우리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에 갇혀 넘어갈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현실 속에서 상처받은 어른인 '나'를 돌아보고 다시 재정립해 가는 시간을 통해 현실과 상상의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큰 생각을 통해 많은 것을 끝없는 성장과 발전으로 나의 경계 또한 허물어 버리길 바랍니다.